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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 이윤은 산업자본 수탈한 결과물”

by digipine posted Nov 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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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독창적 경제학자 베블런 
“자본은 생산요소 아닌 사회적 권력” 
가치창출 없는 금융자본 붕괴 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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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홍기빈 편역/책세상·5900원


‘책세상 문고·고전의 세계’의 하나로 나온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활동했던 경제·사회사상가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사진)의 경제학 이론이 요약된 책이다. 두 편으로 된 논문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와 1904년 작 <영리기업의 이론> 중 제6장 ‘현대의 영리적 자본’이 묶였다. 이 세 편의 논문을 통해 베블런의 독창적인 자본 이론, 특히 금융자본 이론이 핵심을 드러낸다. 베블런 이론의 요점은 ‘자본은 사회적 권력이다’라는 명제에 있다.

베블런은 학자로서 독특한 이력을 밟은 사람이다. 출생 배경부터가 비주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출생지는 미국 위스콘신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노르웨이인에 속한다. 노르웨이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그곳은 북유럽의 농촌공동체 분위기가 강했다. 베블런은 노르웨이어를 모국어로 쓰며 자랐고, 사춘기를 지나고 나서야 영어를 배웠다. 예일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사회사상가를 거쳐 경제이론가로서 삶을 마쳤다. 그의 출세작은 1899년에 펴낸 <유한계급론>이다.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유한계급의 과소비 행태를 분석한 이 책은 그의 전체 이론 작업에 비추어 보면 도입부에 해당한다. 베블런 이론의 본령은 경제학에 있다고 편역자 홍기빈씨는 말한다.

베블런은 경제학자로서도 어느 학파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길을 개척했다. 그는 이른바 부르주아 경제학의 주류라 할 신고전파 경제학도 거부했고, 반자본주의 경제학의 중심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고전파도 마르크스주의도 자본을 생산요소로 규정했는데, 베블런은 이런 규정을 기각하고 자본을 사회적 권력의 한 형태로 보았다. 자본이 왜 사회적 권력인가를 명확하게 논술한 것이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에 담긴 논문들이다.

베블런은 자본이 생산요소라는 주장, 다시 말해 자본가가 자본을 투여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한다는 주장은 신화적 허구라고 말한다. 생산성의 진정한 원천은 지식이다. 이때의 지식은 사회 공동체가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해온 모든 경험과 기술, 발명과 발견의 총체다. 이 총체적인 사회적 지식이 생산성의 진정한 원천이다. 사회의 총체적 지식은 공장이나 기계와 같은 특정 사물로 체현되는데, 바로 이 사물을 자기 것으로 전유한 자본가들이 이 사물을 부르는 이름이 자본이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보자면, 자본은 생산의 요소가 아니라 생산의 영역에서 발휘되는 자본가의 권력일 뿐이다. 그 권력의 바탕이 바로 소유권이다. 이 소유권은 ‘무언가를 사용할 권리’가 아니라 ‘무언가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할 권리’다. 자본가가 이 소유권을 근거로 삼아 공동체 전체의 지식을 ‘볼모’로 잡은 뒤 사회 전체로부터 ‘몸값’을 뜯어내는데, 그것이 이윤이라고 베블런은 말한다. 자본이란 이 소유권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며, 그 권리는 사회적 차원의 권력인 셈이다.
 
베블런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본을 구성하는 두 종류의 자산,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의 본성을 밝힌다. 유형자산이 기계·공장처럼 눈에 보이는 사물이라면, 무형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고객의 충성도나 브랜드 가치 같은 것이 무형자산에 속한다. 무형 자산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이 특허권이나 독점판매권 같은 권리다. 베블런은 이런 무형자산들이 자본가 처지에서 보면 이윤을 낳는 자산이지만, 공동체 차원에서 보면 유용성은 없고 해롭기만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형자산이야말로 사회적 권력이라는 자본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무형자산은 주식회사의 보편화와 더불어 유형자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커진다. 증권시장에서 드러나는 주식가치가 이 무형자산의 크기에 좌우되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보편화는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그 결과가 금융자본주의의 탄생이다. 금융자본주의는 개별 산업자본에 대한 금융자본의 지배를 가리킨다. 이 단계의 자본주의는 이중지배를 구성한다. 산업자본이 생산과정을 지배하는 하부구조 위에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상부구조가 놓이는 것이다. 금융자본이 얻는 이윤은 산업자본이 얻은 이윤을 수탈한 결과물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결과가 아닌 것이다. 산업자본이 사회를 수탈하고, 금융자본은 산업자본을 수탈하는 것이 금융자본주의 체제의 실상이다. 금융자본은 주식을 대거 매수함으로써 산업자본을 통째로 사들일 수도 있고 반대로 팔아넘길 수도 있는, 자본가를 지배하는 권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금융자본주의는 영속적 체제가 아니다. 자본시장의 작동을 통한 자본축적은 끊임없는 신용팽창으로 자산 인플레이션을 낳게 된다. 금융자본이 산업의 수익 창출 능력과 무관하게 부풀어오르면 결국 거품이 붕괴한다는 것이다. 베블런은 이런 결론에 기대 공황을 예견했는데, 1929년 대공황을 몇 달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편역자는 21세기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 실상이 베블런이 살았던 20세기 초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며, 바로 그런 이유에서 베블런의 자본 이론을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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